USB 5

소설: 그들이 지우려했던이름 17화

이현우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분명 김민성이 아니었다. 차갑고 단호한 그 목소리는 2년 전, 그를 세상에서 지워버리던 넥서스 코퍼레이션의 그림자와 똑같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본능적으로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드디어 전화했군. 2년이나 기다렸어."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조용히 비웃었다. "네가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우리의 그림자는 언제나 네 뒤를 밟고 있었어." 이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하얗게 변했다. 민성이 이미 잡혔다는 사실에 절망감이 밀려왔다. 그는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가장 소중한 친구마저 위험에 빠뜨렸다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민성이에게 무슨 짓을 했지?" 그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9.20

소설: 그들이 지우려했던이름 16화

이현우는 카페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오늘 영업은 종료합니다."라는 팻말을 걸어두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2년 전의 혼란스러운 밤으로 돌아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USB가 그의 평화로운 일상을 맹렬한 속도로 침범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니라, 잊고 싶었던 과거의 문을 다시 여는 열쇠처럼 보였다. 그는 USB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였다. 넥서스 코퍼레이션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었다. 그들은 개인의 존재 자체를 지울 수 있는 힘을 가졌다. 2년 전, 그가 용기를 내어 세상에 진실을 알리려 했을 때 그들은 그를 짓밟고,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이제 겨우 얻은 소박한 행복을 다시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손이 떨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소설: 그들이 지우려했던이름 6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한서윤의 오랜 친구이자 대학 동기인 김민성이었다. 현재는 유명한 언론사의 탐사보도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민성은 이현우와 한서윤의 관계, 그리고 그를 둘러싼 넥서스의 음모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기에, 그는 늘 한서윤의 뒤에서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현우가… 위험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민성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한서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넥서스의 서버 해킹, 이현우의 위치 노출, 그리고 그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었다는 사실까지. 민성은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그 모든 상황이 마치 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렸지만, 그는 한서윤의 목소리에 담긴 절박함..

카테고리 없음 2025.09.09

소설: 그들이 지우려했던이름 5화

한서윤은 숨을 헐떡이며 달렸다. 거친 숨소리가 차가운 새벽 공기에 섞여 하얗게 피어올랐다. 뒷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그녀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발소리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결코 멈출 수 없었다. 이현우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넥서스 코퍼레이션의 보안 요원들이 자신들을 추격하고 있다는 것을 한서윤은 알았다. 그녀의 휴대폰은 이미 먹통이 되었고, 위치는 노출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손에 든 USB는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현우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넥서스의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 이것이 이현우의 누명을 벗기고, 거대 기업의 추악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낼 유일한 ..

카테고리 없음 2025.09.08

소설: 그들이 지우려했던이름 3화

강민준은 손에 든 USB를 내려다보았다. 이현우가 건넨,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그 작은 물건. 하지만 민준의 머릿속에선 이미 천둥이 치고 있었다. 현우의 눈빛은 절박했고, 목소리는 불안정했다. '믿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는 그 말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민준은 현우를 믿었다. 아니, 정확히는 현우의 눈에 비친 필사적인 진실을 믿었다. 넥서스 코퍼레이션. 이 거대한 기업은 민준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혁신적인 기술과 눈부신 성장, 모두가 꿈꾸는 직장이었다. 그런데 현우가 넥서스의 내부 고발을 담은 USB를 건네며,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민준은 심장이 쿵쿵거리는 것을 느꼈다. 넥서스는 그에게도, 아니, 그가 속한 이 사회 전체에 거대한 상징이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