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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들이 지우려했던이름 6화

소설공방 2025. 9. 9. 07:40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한서윤의 오랜 친구이자 대학 동기인 김민성이었다. 현재는 유명한 언론사의 탐사보도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민성은 이현우와 한서윤의 관계, 그리고 그를 둘러싼 넥서스의 음모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기에, 그는 늘 한서윤의 뒤에서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현우가… 위험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민성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한서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넥서스의 서버 해킹, 이현우의 위치 노출, 그리고 그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었다는 사실까지. 민성은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그 모든 상황이 마치 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렸지만, 그는 한서윤의 목소리에 담긴 절박함을 믿었다.

“알겠어. 일단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하지만 너도 조심해야 해. 넥서스가 널 노리고 있을 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이현우를 두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어. 이 USB에 담긴 데이터가 우리의 유일한 증거야. 이걸 세상에 알려야 해.” 한서윤이 말했다.

민성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데이터는… 나에게 보내줘. 내가 안전한 곳에 보관할게. 그리고 너는 지금 당장 숨을 곳을 찾아. 내가 연락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마.”

한서윤은 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주머니 속 USB를 꺼내, 택시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우편함에 넣었다. 그녀는 이현우가 목숨을 걸고 지킨 이 증거를,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민성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현우를 구하기 위해, 그녀는 혼자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민성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으니까.

그녀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검은색 차량 한 대가 그녀가 방금 내린 택시를 추격하고 있었다. 넥서스 코퍼레이션의 추격자들이었다. 한서윤은 숨을 멈추고, 어두운 골목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기자 한서윤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현우의 조력자이자, 넥서스 코퍼레이션의 검은 그림자를 쫓는 추적자가 되었다.

한서윤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가 방금 내린 택시를 뒤쫓던 검은색 차량은 그녀를 놓친 듯 방향을 틀어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숨을 멈추고 몸을 웅크린 채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민성에게 USB를 보낸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이제 그녀는 증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고, 민성의 도움을 받아 이현우를 구출할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몇 분 후, 그녀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발신자는 김민성. 그녀는 숨죽이며 전화를 받았다.

"서윤아, 우편함에서 USB 확인했어. 데이터는 안전해.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민성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함이 느껴졌다. 한서윤은 그의 목소리에서 오랫동안 찾던 안정감을 느꼈다.

"네."

"넥서스는 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을 거야. 네 휴대폰은 이미 감시당하고 있어. 지금 당장 휴대폰을 버리고, 근처 폐기물 처리장이나 물이 있는 곳에 버려. 절대 전원을 끄지 말고."

"알겠어."

한서윤은 민성의 지시대로 휴대폰을 길거리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휴대폰이 쓰레기통 깊숙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혼자였다. 아니, 민성과 함께였다. 민성은 그녀에게 도망칠 곳과,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복잡하고 치밀했다. 마치 컴퓨터 해킹처럼, 넥서스의 감시망에 허점을 만들어 그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민성이 보낸 메시지에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서윤은 그 말을 따랐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겁에 질린 기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현우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한 추적자였다. 그녀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검은 그림자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