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낡은 건물 2층, 해킹 작업실
그림자 3은 환풍구 입구를 확인하고 즉시 무전했다. "그림자 4, 5! 대상 2가 건물 뒤편 환풍구로 이탈했다! 건물 포위! 대상 3과 민간인(제이)은 여기서 확보한다."
그는 총구를 제이에게서 거두고, 지수에게 다가갔다. 지수는 여전히 경련의 후유증으로 숨만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림자 3]: "민간인. 네가 숨긴 칩을 내놓는다면, 이 여자는 살려줄 수 있다. LYNX는 정보를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지, 민간인의 생명을 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제이는 숨을 들이쉬며, 엉덩이 밑에 깔고 있던 칩을 꽉 움켜쥐었다. 해커로서 그는 LYNX의 위선적인 겉모습과 잔혹한 실체를 익히 알고 있었다.
[제이]: "거짓말... LYNX는 사람을 죽여왔잖아. 당신들이 만든 시스템이 이 여자를 죽이고 있어."
그림자 3은 제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작업실의 메인 서버에 연결된 모든 네트워크 케이블을 그의 소총 개머리판으로 박살냈다. 파직! 스파크가 튀었고, 모니터들이 일제히 암전 되었다.
"정보의 확산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림자 3은 차갑게 말했다. "선택해. 살고 싶다면 칩을 내놔. 이 여자는 이미 가망이 없어 보인다."
제이는 눈앞에서 모든 네트워크가 끊기는 것을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LYNX의 시스템은 모든 연결을 물리적으로 끊기 전에, 제이의 메인 서버에 침투할 수 없었다. 제이는 자신이 LYNX에 의해 추적당하는 '그림자'로 활동하는 동안, 모든 연결이 끊어졌을 때를 대비한 비상 프로토콜을 설정해 두었다.
[제이 (독백)]: '이미 자동 업로드 시스템이 작동했어. Core Dump는 이제 다른 경로를 통해 분산되고 있을 거야.'
제이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칩은... 없어. 당신들이 들어오기 전에, 다른 서버로 전송했어."
그림자 3의 마스크 너머로 미세한 분노가 감지되었다. "거짓말이다. 확보한 네트워크 로그에는 전송 기록이 없다."
[제이]: "내 방식대로 전송했지. 당신들 방식이 아니라." 제이는 지수가 누워있는 쪽을 힐끗 보았다. "하지만 저 여자는 살려야 해. 해열제, 진통제, 응급처치... 뭐라도 있어?"
그림자 3은 지수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생존 확률 5% 미만. 이송은 불가능하다. 임무에 방해된다면... 제거한다."
"안 돼!" 제이는 소리쳤다. 그는 지수를 지키기 위해, 작업실 한구석에 숨겨두었던 비상용 소화기를 집어 들었다.
장소: 건물 뒤편, 환풍구 통로
은율은 좁고 녹슨 환풍구 속을 미끄러지듯 기어갔다. 등에는 무거운 충격이 가해졌다. 그림자 4와 5가 환풍구 외부의 철제 덮개를 강하게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방이 막힌 철제 통로 속에서 극심한 폐쇄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다. '앞으로. 계속 앞으로.'
그의 뇌는 다시 한번 미세한 떨림을 보내왔다. 예지 능력의 발현이었다. 이 격렬한 추격전 속에서도 그의 능력은 멈추지 않았다.
파편: 환풍구가 끝나는 지점. 지상으로 떨어지는 3층 높이의 콘크리트 바닥. 그리고 그 아래, 은율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예측하고 기다리고 있는 그림자 4의 모습.
은율은 비명처럼 신음했다. 그대로 직진해서 통로를 빠져나가면, 그는 3층 높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질 것이고, 그림자 4에게 즉시 확보될 것이다.
그는 전진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등에 짊어진 모든 고통과 상처가 다시 한번 그의 몸을 짓눌렀다.
"이 통로 안에서... 놈들을 따돌려야 한다."
은율은 좁은 통로의 천장을 주먹으로 힘껏 쳤다. 천장 위에는 건물 내부의 통신선과 전선이 얽혀 있었다. 그는 부서진 전선 뭉치를 잡아 통로의 벽에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땀과 오수에 젖은 셔츠를 찢어 전선에 매달았다. 일종의 '걸림쇠'였다.
뒤따라오던 그림자 4가 환풍구 속에서 은율이 멈춘 것을 눈치채고 속도를 높였다.
[그림자 4]: "대상 2, 곧 확보된다. 더 이상 저항은 무의미하다."
그림자 4가 은율이 만든 걸림쇠에 걸렸다.
푸드득-! 낡은 셔츠 조각이 찢어졌지만, 전선 뭉치는 그대로 남아 그림자 4의 몸을 얽어매는 데 성공했다. 잠시 균형을 잃은 그림자 4는 좁은 통로 안에서 몸을 크게 휘청거렸다.
은율은 그 짧은 순간을 이용해 환풍구 아래쪽으로 나 있는, 폐쇄된 환기 시스템 연결 통로로 몸을 던졌다.
장소: 낡은 건물 2층, 해킹 작업실
제이는 소화기를 들고 그림자 3을 위협하고 있었다. "다가오지 마! 이 여자에게 손대지 마!"
그림자 3은 총구를 소화기 쪽으로 겨누고 있었다. "민간인. 쓸모없는 위협이다. 칩의 위치를 말하라."
[제이]: "말했잖아! 이미 전송했다고! 내가 당신들 시스템을 가지고 놀던 '제이'야! 이 칩을 해독해서 전 세계에 뿌리는 데는 5분도 안 걸려! 이 여자를 살려준다면... 시간을 벌어줄게."
그림자 3은 제이의 이름을 듣고 잠시 머뭇거렸다. LYNX의 내부 아카이브를 수차례 공격했던 해커. 그의 말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이미 칩이 분산되었다면, 제이를 사살하는 것은 LYNX의 데이터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전송 경로를 확보한다. 당장 나에게 데이터를 내놓고 협력하면... 목숨은 보장한다."
제이는 숨을 몰아쉬었다. "협력?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이 여자를 당장 여기서 꺼내서 병원으로 이송해. 내가 여기서 당신들 시스템을 교란하는 동안 말이야."
그림자 3은 냉정하게 계산했다. 지수를 이송하는 동안 그림자 3은 현장을 이탈해야 했다. 하지만 칩의 데이터가 분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는 즉시 무전기를 들었다.
[그림자 3 (무전)]: "본부. 상황 변경. 대상 2는 이탈, 추격 중. 대상 3 (지수)과 칩 소지 용의자(제이) 확보. 칩 데이터가 분산될 가능성 높음. 대상 3을 임시 거점(Temporary Secure Location)으로 즉시 이송하라. 의료팀 대기. 제이에게서 칩 회수 및 데이터 역추적을 시도한다."
제이는 그림자 3이 지수를 살리기로 결정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소화기를 내려놓았다.
"좋아. 칩은 내게 있어. 하지만 먼저 이송해. 그리고 내가 작업하는 동안, 이 방에서 나가 있어. 난 당신들을 믿지 않아."
그림자 3은 제이를 믿지 않았지만, 칩을 회수하고 데이터 분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는 곧이어 도착한 그림자 5에게 지수를 넘기고, 제이의 작업실 문을 나섰다.
제이는 지수가 실려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엉덩이 밑에 숨겨둔 칩을 꺼내 들었다. 그의 모니터에는 이미 LYNX의 네트워크를 교란하기 위한 코드가 빠르게 실행되고 있었다.
[제이 (독백)]: '미안, 은율. 그녀는 살렸지만, 나는 당신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비밀을 세상에 풀기 시작할 거야.'
정보전이 시작되었다. 지수가 향하는 임시 거점은 이제 LYNX의 계획 속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