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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래를 엿보는 눈, 사라진 그림자를 쫓다 59화

소설공방 2025. 12. 3. 11:29

 

장소: 낡은 건물 2층, 해킹 작업실

쾅! 쾅!

창문 아래로 밀어놓은 책상을 향해 그림자 3이 격렬하게 발길질을 했다. 유리창은 이미 깨져 있었고, 창틀은 삐걱거렸다. 곧 놈이 들이닥칠 터였다.

붉은 후드 티를 입은 젊은 남자, 그의 이름은 '제이(J)'였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초현실적인 상황에 말을 잃었다. 칩이 든 방수 주머니는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지수가 흘린 오수와 흙이 그의 작업실을 더럽히고 있었다.

"LYNX? Core Dump?" 제이가 중얼거렸다. 그는 LYNX의 시스템을 뚫으려 시도했던 익명의 해커였기에, 그 이름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네, LYNX! 그들이 저 여자를 죽였고, 이제 저 칩을 찾으러 올 겁니다!" 은율은 지수의 어깨를 흔들며 절박하게 외쳤다. "당신이 해커라면, 이걸 세상에 알려줘! 그리고... 이 여자에게 해열제라도 줘야 해! 곧 죽을 거야!"

[제이]: "잠깐! 진정해요. 저들이 진짜 LYNX라면, 이 방에 몇 초 안에 들이닥칠 거고, 당신이나 나나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요! 이 건물에는 뒤쪽 계단이 있어요. 하지만 여자를 업고는..."

제이가 말을 잇지 못할 때, 창문 쪽에서 쩍-! 하는 소리가 들렸다. 책상의 다리 하나가 부러지며 창문이 안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림자 3이 진입 직전이었다.

은율은 지수의 뺨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췄다. 그의 눈빛은 칩을 넘겨주던 순간과 달리, 오직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칩은 이미 넘어갔다. 이제 나의 임무는... 미끼가 되는 것뿐.'

그는 다시 지수를 업을 시간이 없었다. 지수는 제이의 컴퓨터 책상 밑에 숨겨져 있었다.

은율은 바닥에 나뒹굴던 낡은 배터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의 온몸은 부서질 듯 아팠지만, 마지막 힘을 짜냈다.

"칩을 절대 잃어버리지 마요. 이 여자도 지켜줘. 난... 놈들의 시선을 돌릴 겁니다."

은율은 제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방의 다른 쪽 벽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 벽에는 낡은 에어컨 실외기 옆으로 나 있는, 성인 남자가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의 작은 환풍구가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제이가 소리쳤다.

쾅!

바로 그 순간, 책상이 창문과 함께 완전히 부서졌다. 그림자 3이 소총을 겨눈 채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마스크 너머로 섬뜩한 적외선 센서가 은율을 향했다.

"투항... 거부로 간주한다." 그림자 3의 목소리는 명령문이었다.

은율은 그에게 등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실외기 옆의 환풍구로 뛰어들기 직전, 그림자 3을 향해 방금 집어 든 배터리를 있는 힘껏 내던졌다.

쨍!

배터리는 그림자 3의 어깨 방탄복에 맞고 튕겨 나갔다.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찰나의 방해였다. 은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환풍구 안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대상 2, 확보 실패! 환풍구로 이탈! 대상 3 (지수)은 현장에 남아있다!" 그림자 3이 다급하게 무전으로 보고했다.

제이는 방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는 지수와 총을 든 그림자 요원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어떤 거대한 폭풍의 눈에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그의 손에는 LYNX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작은 칩이 쥐어져 있었다.

[그림자 3]: "대상 3 주변을 확보한다. 칩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너는 누구냐. 그 칩은 어디에 있나."

그림자 3이 제이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제이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 벽면에 가득한 모니터 화면(익명의 서버와 통신망 상태를 보여주는)들을 힐끗 쳐다봤다.

"난...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이 여자가 아파서... 도와주려고..." 제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거짓말을 했다. 그는 재빨리 칩이 든 방수 주머니를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숨겼다.

그림자 3은 제이의 반응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는 지수에게 다가섰다. 지수의 몸은 축 늘어져 있었고, 호흡은 더욱 미약했다.

"데이터 칩은 대상 3에게서 분리되었다. 전술 판단: 대상 3의 생명 유지 여부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림자 3은 지수를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그는 LYNX의 시스템이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무전으로 그림자 4와 5에게 은율을 추격하도록 지시했다.

장소: 주 배수관, 교각 아래

신형사는 오수 속에 몸을 숨긴 채, 쇠파이프를 짚고 서 있었다. 끓어오르는 갈비뼈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매서웠다. 그는 이제 LYNX의 추격을 지연시킬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총을 찾았지만, 총알이 없다는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총은 소리가 나는 무기. 그는 재빨리 낡은 권총을 분해했다. 권총의 방아쇠 메커니즘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신형사 (독백)]: '여기는 지하 수로. 물이 많고, 소리가 크게 울린다. 놈들은 감각을 시스템에 의존한다. 이 시스템을 교란해야 해.'

신형사는 쇠파이프를 교각 난간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권총의 방아쇠 메커니즘과 파이프를 낡은 전선 조각으로 연결했다. 그는 쇠파이프가 물에 쓰러지면서 큰 소리를 내도록 유도 장치를 만들었다.

바로 그때, 수직 통로 입구에서 와이어 소리와 함께 그림자 1이 착지했다. 그의 움직임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신형사의 예상대로였다.

[그림자 1]: "방해 요소. 신형사. 아직 살아있었나."

그림자 1은 총을 겨누었지만, 신형사는 이미 오수 속에 깊숙이 몸을 숨긴 상태였다.

"칩은 이미 지상으로 올라갔다. 포위망은 시청 6번 출구 일대." 그림자 1은 빠르게 상황을 분석하며, 다시 통로를 오르려 했다.

그 순간, 신형사가 숨어 있던 벽 뒤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가 튀어나와 쇠파이프를 건드렸다.

끼익-! 콰당!

쇠파이프가 큰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하여 신형사가 연결해 둔 권총의 잔해가 격발하며, 마치 총성이 울린 듯한 마찰음을 만들어냈다.

그림자 1은 즉시 반응했다. 그는 그 소리가 난 방향, 즉 신형사가 숨어 있는 벽을 향해 맹렬하게 사격을 퍼부었다.

타타탕! 타타탕!

물속에 숨어 있던 신형사는 갈비뼈가 아파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끝까지 숨을 참았다. 그림자 1은 그가 사격에 쓰러졌다고 확신하고, 사격을 멈췄다. 그의 사격은 신형사가 벽 뒤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고정했다.

'됐다. 최소한 놈을 1분은 묶어놨어. 은율... 지수... 성공해야 한다.'

신형사는 그림자 1의 총구가 다시 은율이 도망친 통로를 향하기 전에, 다음 방해 공작을 준비하며 오수 속에서 쇠파이프의 날카로운 끝부분을 간신히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