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폐쇄된 시장 골목 (시청 6번 출구 일대)
차가운 밤공기가 폐를 찔렀다. 은율은 유틸리티 룸의 녹슨 철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도시는 고요했지만, 그의 귀에는 심장 박동 소리와 지수의 가쁜 숨소리만이 천둥처럼 울렸다.
그의 시야는 즉시 골목 끝에 멈췄다. 정확히 50미터 전방, 골목이 큰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 세 개의 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림자 3, 4, 5였다. 그들은 마치 은율이 이 순간, 이 장소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완벽하게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멈춰, 대상 2. 저항은 무의미하다." 그림자 3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의 손에는 어둠 속에서도 위협적인 섬광을 내는 소음기 부착 돌격소총이 들려 있었다.
은율은 멈추지 않았다. 지수를 업은 무게와 만신창이가 된 몸이었지만, 놈들이 자신을 사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는 본능적으로 오른쪽 좁은 샛길로 몸을 던졌다. 병원으로 가는 길은 포기해야 했다.
타타탕!
경고와 동시에 그림자 3이 사격을 개시했다. 총알은 은율이 방금 몸을 던진 골목 벽에 연달아 박혔다. 콘크리트 파편이 튀고, 먼지 냄새가 밤공기를 갈랐다.
은율은 절박하게 달렸다. 등에 업힌 지수는 의식이 없었고, 경련은 멎었지만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는 오직 지수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집착으로 고통을 잊으려 했다.
그는 달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샛길은 복잡했고, 낡은 건물들의 뒤편을 가로질러 나 있었다. 이는 추격자들의 시야를 잠시나마 방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림자 4 (무전)]: "대상 2, 샛길로 이탈. 포위망 A-7 경로를 따라 즉시 추격하라."
그림자 4와 5는 골목 끝에서 샛길 입구로 재빨리 합류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은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은율은 코너를 돌기 직전,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했다.
마이크로 비전: 코너를 돌았을 때, 맞은편 옥상에서 그림자 5가 저격 자세를 취하고 총구를 내리고 있는 모습. 코너를 그대로 돌면 머리에 총알을 맞게 될 미래.
은율은 비명처럼 내뱉었다. "안 돼!" 그는 코너를 돌지 않고, 코너 바로 앞의 낡은 폐지 더미 뒤로 몸을 던졌다. 지수와 함께 쓰러지는 순간, 타앙-! 날카로운 저격총 소리가 울렸다. 총알은 그가 방금 지나쳤어야 할 코너 벽을 정확히 관통했다.
'0.5초의 차이. 예측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야.'
그는 폐지 더미 뒤에서 헐떡였다. LYNX는 그가 지상으로 나왔을 때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고, 옥상까지 배치한 것이었다. 그들의 시스템은 완벽했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그림자 3과 4가 골목을 따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은율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 신세였다. 칩을 지켜내는 것보다 지수를 살리는 것이 더 시급했다. 지수의 상태는 이미 생명 경각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모든 고통을 무시하고 마지막 예지 능력을 끌어냈다. 이번에는 단순한 회피 경로가 아니라, 완벽한 은신처를 찾아야 했다.
결정적 비전: 폐지 더미 맞은편 건물. 2층 높이. 낡은 창문. 창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컴퓨터 모니터. 그리고 그 방 안에 앉아있는, 붉은 후드 티를 입은 낯선 젊은 남자.
예지는 그 남자가 누군지, 안전한지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창문은 현재 LYNX의 포위망에서 유일하게 취약한 지점이었다.
은율은 폐지 더미 속에 숨겨져 있던 낡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는 지수를 업은 채, 이 상자를 밟고 2층 창문으로 뛰어오를 생각이었다.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림자 3이 코너를 돌았고, 총구를 겨누었다.
"마지막 기회다, 대상 2. 투항하라."
은율은 대답 대신, 나무 상자를 밟고 맹렬하게 점프했다. 지수의 무게 때문에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의 도약은 절박함 그 자체였다. 그의 손이 2층 낡은 창틀을 간신히 붙잡았다.
타타탕!
그림자 3이 사격했다. 총알은 은율의 발뒤꿈치가 있던 벽과, 그가 붙잡은 창문 바로 아래쪽을 강타했다.
은율은 온 힘을 다해 창틀에 매달렸다. 낡은 창문은 오래전에 폐쇄된 것처럼 보였지만, 창문 턱은 다행히도 틈이 벌어져 있었다. 그는 지수와 함께 창문을 밀어젖혔다. 창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붉은 후드 티를 입은 남자가 놀라며 몸을 돌렸다.
[붉은 후드 티 남자]: "뭐야?! 누구... 읍!"
은율은 그 남자가 소리칠 틈도 주지 않고, 지수와 함께 방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와 오수가 방바닥을 더럽혔다.
"도와줘요! 이 여자부터 살려야 해!" 은율은 숨이 막혀 헐떡였다.
붉은 후드 티 남자는 눈앞의 상황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땀과 흙, 오수에 젖은 남자가 총알을 피해 부상자를 업고 뛰어든 것이다. 그의 뒤에는 수많은 모니터 화면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 방은 개인 해킹 작업실이었다.
밖에서는 그림자 3이 창문으로 뛰어들기 위해 달려왔다.
[그림자 3]: "안에 있는 자! 당장 나오지 않으면 사살한다!"
은율은 창문 아래의 책상을 밀어 창문을 막았다. 그는 지수를 눕히고, 붉은 후드 티 남자에게 칩이 든 방수 주머니를 건넸다.
"이거... LYNX의 Core Dump 칩이야. 내가 누군지 몰라도, 이 안에 있는 파일을 세상에 공개해야 해. 그리고... 제발 이 여자를 살려줘!"
붉은 후드 티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칩과 고통스러워하는 지수를 번갈아 봤다.
장소: 주 배수관, 교각 아래
신형사는 물에 잠긴 채 희미한 의식을 되찾았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림자 1의 강타는 그의 갈비뼈 몇 개를 부러뜨린 듯했다. 그는 천장의 닫힌 철문을 올려다봤다. 은율은 탈출에 성공했다.
신형사는 고통을 참고 팔뚝의 찢어진 상처를 부여잡았다. 그의 옆에는 자신이 던진 쇠파이프가 떨어져 있었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물속에 잠긴 구형 권총을 찾아냈다. 총알은 이미 오수 속으로 던져졌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총집을 비우지 않았었다.
그는 이 지옥 같은 수로를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을 생각했다. 그림자 1이 돌아왔을 때, 그는 홀로 LYNX의 추격을 지연시켜야 했다.
"젠장... 고생이 끝이 없구만." 신형사는 고통 속에서 옅게 웃었다. 이제 그의 역할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진실을 위한 후방 지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