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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래를 엿보는 눈, 사라진 그림자를 쫓다 57화

소설공방 2025. 12. 1. 13:37

 

장소: 주 배수관 천장, 유지보수 통로 내부

쿵!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은율은 통로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그는 등 뒤에서 지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통로는 직경 1미터 남짓의 좁은 철제 공간이었고, 몸을 숙이고 기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둠이 지배하는 공간 속에서, 지수의 뜨거운 체온만이 은율의 몸에 닿아왔다. 지수의 몸은 젖은 옷에도 불구하고 불덩이 같았다. 그녀의 호흡은 얕고 불규칙했으며, 작은 통로를 타고 기어오르는 은율의 움직임에 따라 불안하게 흔들렸다.

"지수야... 넌 괜찮아야 해." 은율은 숨이 막히는 통로 속에서 희미하게 속삭였다. 그의 입에서는 진흙과 오수 냄새가 났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방금 닫은 철문을 귀에 대고 들었다. 그림자 1이 문을 강타하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쇠가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림자 1이 문을 부수려 시도하는 소리였다. 이 육중한 철문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알 수 없었다.

은율은 문이 부서지기 전에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는 다시 앞으로 기어갔다. 통로 내부의 공기는 먼지와 습기가 가득했고, 기어갈 때마다 녹슨 철판이 몸에 닿아 찢어지는 듯했다.

이때, 전방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희미한 사각형의 빛이 감지되었다. 지상으로 연결되는 출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팔과 무릎을 움직여 그 빛을 향해 전진했다. 지수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지만, 이제 칩을 가지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만이 고유성 박사의 희생과 신형사의 도움을 헛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장소: 주 배수관, 교각 아래

그림자 1은 닫힌 철문 앞에서 격렬하게 숨을 쉬었다. 그의 전술 장갑을 낀 손은 분노로 인해 붉게 달아올랐다. 철문은 낡았지만, 폭파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는 쉽게 열리지 않는 두꺼운 구조였다.

그는 철문을 주먹으로 한 번 내려쳤다. 쾅! 굉음이 울렸다.

"예측 범위 밖의 움직임. 변수 발생." 그림자 1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옆을 보았다. 신형사는 물속에 반쯤 잠긴 채 움직이지 않았다. 쇠파이프가 그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고, 찢어진 팔뚝에서 나온 피가 오수 속으로 희미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림자 1은 신형사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대신, 그의 허리춤에서 구형 권총을 뽑아 오수 속으로 던졌다.

"방해 요소는 후순위. 데이터가 최우선이다."

그는 신형사가 당장 추격에 합류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철문 앞에서 돌아섰다. 그는 자신이 놓인 상황이 LYNX 시스템의 '확률적 실패' 지점임을 알고 있었다. 은율의 예측 능력, 고유성 박사의 의도적인 희생, 그리고 신형사의 개입, 이 모든 것이 시스템이 계산하지 못한 인간적인 '의지'의 결과였다.

[그림자 1 (무전)]: "본부, 대상 2가 주 배수관 천장의 유지보수 통로로 이탈했다. 통로 위치는 파악했으나, 진입이 지연된다. 지원팀에게 통로의 지상 출구 위치를 즉시 파악하고 포위망을 형성하도록 지시하라. 목표 지점은 시청 6번 출구 일대 지하 통신 시설 쪽으로 예상된다."

[본부 (무전)]: "확인. 시청 6번 출구 일대 지하 통신 시설에 그림자 3, 4, 5를 배치한다. 통로에서 탈출하는 즉시 제거한다. 대상 1 (고유성 박사)은 사망 확인. 이제 데이터와 대상 2만이 남았다."

그림자 1은 몸을 돌려 수직 통로를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는 지상 출구에서 기다리는 지원팀과 합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판단했다.

장소: 유지보수 통로 출구, 폐쇄된 유틸리티 룸

은율은 마침내 빛의 근원지에 도착했다. 통로의 끝은 낡은 철제 해치로 막혀 있었고, 해치 위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지친 몸을 밀어 해치를 열었고, 좁은 통로에서 작은 콘크리트 방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방은 낡은 변압기와 통신 장비로 가득 찬, 오래전에 폐쇄된 지하 유틸리티 룸이었다.

은율은 지수를 조심스럽게 벽에 기대어 눕혔다. 빛 아래에서 지수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은율은 숨을 멈췄다. 그녀의 입술은 파랗게 변했고, 이마의 열기는 이제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그녀는 의식이 완전히 혼미한 상태였고, 미약한 숨만 간신히 쉬고 있었다.

"지수야...!"

은율은 떨리는 손으로 지수의 목을 감고 있는 끈을 풀었다. 그는 방수 주머니 안에 넣어둔 Core Dump 칩을 꺼냈다. 칩은 다행히 물에 젖지 않고 무사했다.

'이것이... 박사님과 부모님의 희생. LYNX의 모든 것이 담겨있어.'

하지만 칩은 지수를 구할 수 없었다. 지수는 당장 치료가 필요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 유틸리티 룸은 지상으로 연결되는 또 다른 철제 문이 있었다. 비록 낡았지만, 잠금장치는 단순했다. 그는 쇠 지렛대처럼 생긴 낡은 파이프를 찾아 문을 부술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수의 손을 잡고, 그녀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 댔다.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그의 피부를 태우는 듯했다.

'데이터를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지수를 버릴 수는 없어.'

복수와 생명의 저울질. 은율은 망설일 틈이 없었다. 지수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의 이성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 지수의 몸이 갑자기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경련이었다. 그녀의 눈은 뒤집혔고, 입술 사이로 거품이 새어 나왔다. 고열과 패혈증, 뇌 손상이 복합적으로 온 결과였다.

"안 돼! 지수야! 정신 차려!"

은율은 패닉에 빠졌다. 그는 더 이상 LYNX의 예측을 피할 시간이 없음을 깨달았다. 지상에는 그림자들이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병원, 그곳만이 지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는 복수의 계획을 잠시 접어두고, 생존 본능에 집중했다.

은율은 재빨리 지수를 다시 등에 묶고, 유틸리티 룸의 출구 문을 향해 낡은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콰앙! 콰앙!

녹슨 자물쇠와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뜯겨 나갔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도시의 희미한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출구는 폐쇄된 시장 뒤편의 좁고 어두운 골목이었다.

은율은 지수를 업은 채,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그 빛을 향해 달려 나갔다. 등 뒤에 느껴지는 지수의 떨림과 그의 심장은 폭발 직전이었다.

'놈들의 포위망 속으로...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