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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래를 엿보는 눈, 사라진 그림자를 쫓다 55화

소설공방 2025. 11. 29. 13:38

 

장소: 지하 수직 배수구 (제3의 경로)

은율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강력하게 터져 나온 오수와 함께 수직 배수구 통로를 총알처럼 미끄러져 내려가는 중이었다. 지수는 등 뒤에서 거의 의식이 없었지만, 은율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꽉 끌어안고 칩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몸 안쪽으로 더욱 밀착시켰다.

수직 통로는 수십 년 동안 갇혀 있던 묵은 물과 흙이 뒤섞여 시커멓게 일렁였다. 쉴 새 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와중에, 온몸은 차가운 물과 낡은 콘크리트의 돌출부에 쉴 새 없이 부딪쳤다. 고통은 이미 마비 상태였다. 오직 '멈추면 죽는다'는 절박한 의지만이 그를 지탱했다.

고오오오-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렸다. 물이 수직으로 낙하하며 일으키는 공명 소리였다. 이 급류에 지수가 버틸 수 있을까? 은율은 불안감에 이를 악물었다.

바로 그때, 차가운 물의 충격 때문인지 지수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축 처진 목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읍... 은율아..."

"지수! 정신 차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은율은 지수의 반응에 필사적으로 대답했지만, 물의 충격과 소음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때, 그는 수직 통로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낙하 속도가 약간 느려지며, 물이 옆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파편: 수직 통로 아래, 엄청나게 넓고 둥근 주요 하수관. 그리고 그 관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좁은 보수용 교각.

예지는 그들에게 희미한 희망을 제시했다. 넓은 하수관으로 떨어지면 물살은 약해질 것이다. 그는 왼팔을 뻗어 벽의 낡은 철근을 잡아보려 했지만, 미끄러운 오수 때문에 실패했다.

콰앙-!

은율과 지수는 맹렬한 속도로 수직 배수구를 빠져나와, 굉음과 함께 넓은 주 배수구의 오수 속으로 격렬하게 추락했다. 충격으로 은율의 머리가 벽에 부딪혔고, 잠시 의식이 아득해졌다.

장소: 지하 수로, 갈림길 (펌프)

그림자 1은 2분 만에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의 전술 장화는 오수에 젖지 않은 채, 펌프 뒤편에 쓰러져 있는 그림자 2에게 멈췄다.

그림자 2는 방탄모가 찌그러지고 방한복이 찢긴 채 물속에 반쯤 잠겨 있었다. 그는 의식이 있었지만, 심각한 뇌진탕 상태였다.

[그림자 1]: "비효율적이다." 그림자 1은 짧게 중얼거렸다. 그에게 동료의 부상은 실패일 뿐이었다. 그는 그림자 2의 상태를 확인하는 대신, 은율이 작동시킨 펌프와 솟구쳐 나온 배수구 구멍을 먼저 확인했다.

"제3의 경로... 예측 범위 밖이었다. 정보가 누설된 건가."

그림자 1은 갈림길의 양쪽 함정(총성/폭뢰)이 그대로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은율이 두 함정 모두를 피해, 가장 위험한 경로를 선택했음을 의미했다. 그는 은율의 능력이나 뒤를 봐주는 누군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림자 1은 허리춤에서 얇은 통신 장비를 꺼냈다.

[그림자 1]: "본부, 대상 2는 무력화되었다. 대상(은율)은 메인 오버플로우로 진입. 추격 개시. 3분 뒤 시청 방향 주 배수관에서 포위망을 형성하라. 지원을 요청한다."
[본부]: "확인. 추가 지원팀을 목표 지점으로 보낸다."

그림자 1은 쓰러진 그림자 2를 잠시 쳐다봤지만,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의 임무는 오직 데이터 칩의 회수와 대상의 제거였다. 그는 배낭에서 특수 제작된 전술 로프와 자동 와이어를 꺼냈다. 배수구 입구에 단단히 고정하고, 물살을 역행하는 동력으로 수직 낙하를 시작했다.

그는 은율과 신형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통로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갔다.

장소: 시청 방향 주 배수관 (낙하 지점)

은율은 고통스러운 기침과 함께 축축한 콘크리트 위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주위에는 무릎 높이의 오수가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수직 통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폭포수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지수는 다행히 여전히 등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체온은 끓는 듯했고, 옅은 숨소리 외에는 미동도 없었다.

"지수야... 지수야!"

은율은 온 힘을 다해 지수를 부축하여 주 하수관 중앙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보수용 좁은 교각 위로 기어 올라갔다. 교각 위는 물이 닿지 않는 유일한 마른 공간이었다. 그는 지수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지수의 얼굴은 땀과 오수, 그리고 고열로 범벅되어 있었다. 은율이 그녀의 상처를 확인하려 하자, 지수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놔... 둬... 칩만... 지켜..."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은율은 주먹으로 교각의 차가운 바닥을 내리쳤다. 그는 복수를 위해, 이 끔찍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있었다. 지수가 죽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뒤쪽에서 첨벙!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은율은 즉시 몸을 돌렸다. 오수 속에 허우적거리는 그림자... 하지만 검은 방탄복이 아니라, 찢어진 방한 점퍼를 입고 쇠파이프를 쥔 남자였다. 신형사였다.

신형사는 물을 뱉어내며 간신히 교각 쪽으로 헤엄쳐 왔다. 그의 팔뚝에서는 여전히 피가 났다.

"후우... 서은율! 괜찮은가! 지수 형사는!"

신형사는 걱정스럽게 소리쳤다. 은율은 처음으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동료'의 존재를 느꼈다. 혼자가 아니었다.

"다쳤습니다. 열이 심해요.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은율의 목소리는 떨렸다.

신형사는 교각으로 올라와 헐떡이며 지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젠장. 내과적 손상일 가능성이 커. 지금 당장 나가야 해."

신형사가 숨을 고르고, 은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기 위해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은율의 뇌를 꿰뚫는듯한 강렬하고 섬뜩한 통증이 밀려왔다. 이번 예지는 길지 않았다. 단 1초. 하지만 충분히 끔찍했다.

파편: 수직 통로 입구. 어둠 속에서 하강하는 검은 그림자의 실루엣. 그림자가 교각 위의 세 사람을 향해 특수 제작된 기관단총을 겨누는 모습. 총구에서 터져 나오는 섬광.

[그림자 1]: (차가운 목소리) "목표 확인. 폐기."

은율은 비명처럼 내뱉었다.

"숨어! 신형사! 지금 당장!"

은율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그림자 1이 은율과 신형사가 내려온 수직 통로 입구에서 완벽하게 착지했다. 그는 특수 제작된 전술 마스크를 쓰고,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채, 좁은 교각 위에 웅크린 세 사람을 향해 즉시 무기를 겨누었다.

그림자 1의 기관단총 총구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타타탕!

총알이 교각의 콘크리트 바닥을 강타하며 파편과 불꽃을 튀겼다. 신형사는 본능적으로 지수를 보호하려 몸을 날렸고, 은율은 지수를 안은 채 공포 속에서 교각 아래 오수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림자 1은 섬광이 가득한 어둠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림자 1]: "대상들의 움직임은 예측대로. 모두 제거될 때까지 사격 멈추지 않는다."

그림자의 무자비한 추격은 잠시의 쉼 없이, 더 큰 규모의 하수구에서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