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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래를 엿보는 눈, 사라진 그림자를 쫓다 53화

소설공방 2025. 11. 27. 13:47

 

장소: 지하 폐쇄 수로

은율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오수 속에서 발을 질질 끌며 나아갔다. 지수는 등 뒤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체온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이 더 불안했다.

뒤에서는 쇠가 끔찍하게 갈리는 끼이이이익-!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림자들이 전동 절단기로 환풍구 통로를 통째로 부수고 따라오고 있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이 지하 수로의 폐쇄적인 공간 구조 때문에 증폭되어, 마치 거대한 괴물이 턱을 비비는 것처럼 들렸다.

'너무 늦었나. 박사님의 희생이 헛될 수는 없어.'

은율은 간신히 버티고 있던 정신력을 짜냈다. 그는 지수가 자신의 복수에 얽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것은 부모님을 잃은 고통만큼이나 끔찍한 죄책감을 안겨줄 터였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수로 벽에 머리를 기댔다. 차가운 벽돌의 질감이 그의 혼란스러운 의식을 붙잡았다.

그는 다시 한 번 능력을 사용했다. 비전은 언제나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은 생존에 필요한 유일한 무기였다.

시각적 파편: 어둠. 눅눅한 천장의 물방울. 두 갈래의 수로 입구. 왼쪽 입구 바닥에 놓인,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금속 조각. 그리고 오른쪽 입구 너머에서 들려오는 총성.

고통이 뇌를 강타했다. 은율은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턱을 타고 흘렀다.

"저기... 갈림길이 있다."

그는 눈을 떴다. 50미터 전방에 수로가 두 갈래로 나뉘는 지점이 보였다. 예지는 명확했다. 오른쪽은 총성이 기다리는 함정이었다. 왼쪽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왜 왼쪽 입구 바닥에 금속 조각이 놓여 있는 것일까?

장소: 지하 서버실 입구

그림자 1과 2는 이미 환풍구 통로를 절반 이상 절단해 놓았다. 절단 작업은 순조로웠지만, 통신 시스템이 여전히 불안정했다.

[그림자 1]: "대상 (은율)의 속도 추정. 부상자를 업고 있어 빠르지 않다. 5분 안에 수로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림자 2]: "본부, 대상 2가 가진 칩은 라자루스 아카이브의 핵심 모듈이다. 회수 명령 재확인."
[본부 (무전기 너머, 차가운 여성 목소리)]: "회수 우선. 데이터 손상은 용납되지 않는다. 대상 2는 처리 대상이 아니었으나, 개입 조치 77A-14의 증거를 목격했다. 코드에 따라 즉각적인 폐기로 명령 수정. 저항 시 사살해도 좋다."

그림자 1은 절단기를 끄고 복면을 고쳐 썼다.

[그림자 1]: "본부, 대상 2를 '개입 조치 77A-14'의 증거 인멸 코드로 분류한다. 이해했다."

그들은 은율의 존재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LYNX가 숨겨온 가장 큰 치부를 드러낼 증인임을 확인했다. 그들의 추격은 이제 단순한 회수 작전이 아니라, 조직의 존립을 위한 처형이 되었다.

그림자 2는 특수 제작된 전술 랜턴을 들고 절단된 환풍구 틈으로 몸을 구겨 넣기 시작했다.

[그림자 2]: "냄새가 너무 심하다. 추격 시작."

장소: 지하 수로, 갈림길

은율은 온 힘을 다해 갈림길까지 도착했다. 예지에서 본 그대로, 수로는 Y자 형태로 나뉘어 있었다. 그는 등을 떼어낼 수 없는 지수를 벽에 조심스럽게 기대어 놓았다.

은율은 왼쪽 수로 입구를 향해 몸을 굽혔다. 예지에서 본, 바닥에 놓인 작은 금속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낡고 녹슨 철판 조각이었다.

그가 그것을 집어 들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또다시 파편적인 예지가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추가 비전: 왼쪽 수로 천장에 매달린 전선 다발. 금속 조각을 밟거나 건드리면, 천장의 전선 다발이 단락되며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

은율은 간신히 손을 멈췄다. 금속 조각은 함정이었다. 그림자들이 그들을 멈추기 위해 설치한 전자식 폭뢰였다. 예지 능력이 없었다면, 그는 지수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폭사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놈들의 예측 범위 안에 있었어. 놈들은 내가 이 갈림길에서 왼쪽을 선택할 것을 알고, 폭발물로 유도했군.'

은율은 금속 조각을 그대로 둔 채 오른쪽 수로를 잠시 바라봤다. 예지에서는 총성이 들렸다. 오른쪽은 정면 대결이거나, 혹은 이미 추격조가 배치된 곳일 터였다.

양쪽 모두 함정.

그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갈림길의 중앙, 수로 바닥 밑에 낡은 배수 펌프 장치가 있었다.

“그래, 정답은 도피가 아니야.”

은율은 결심했다. LYNX가 예측하지 못한 유일한 변수, 즉 제3의 경로를 찾아야 했다.